Writings
적성검사
2026-10-20
첫 번째 내담자가 들어온다.
그는 상담실에 들어온 즉시 출입문과 창문을 차례로 확인한 뒤 책상 아래를 살핀다. 소파에 앉기 전에 쿠션을 들어보고, 현관이 보이는 방향으로 가구를 재배치한다. 마지막으로 방탄조끼를 조절해 몸에 맞춘다.
“여자친구가 적과 내통하고 있습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적이요.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현재 경매사 한 명과 구조원 한 명입니다. 조직 규모는 확인 중입니다.”
나는 메모지에 세 직업을 적는다: 군인, 경매사, 구조원.
“여자친구분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미확인입니다.”
그는 방탄조끼 안쪽에서 서류를 꺼낸다. 꽃다발 사진이 붙어 있다. 수령 일시와 장소, 포장지의 재질이 단정히 기재되어 있다.
“최근에 여자친구가 이 사진을 올렸습니다. 친구에게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즉시 출처를 조사했습니다. 꽃을 보낸 사람은 경매사였습니다. 여자친구는 그 인물이 매일 선물을 보낸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때 어떤 기분이 드셨습니까?”
“위협을 느꼈습니다.”
“질투하셨다는 뜻입니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음 날 여자친구가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동안 경매사는 계속 선물을 보냈습니다.”
그는 다음 장을 펼친다. 택배 차량의 이동 경로가 색깔별로 표시되어 있다.
“제 전략은 보급선 차단이었습니다.”
“보급선이요?”
“꽃과 귀금속, 가전제품이 계속 들어왔습니다. 이대로 두면 요충지, 아니 여자친구를 상실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배송업체 세 곳을 포격했고, 차량 여섯 대를 전복시켰으며, 여자친구의 아파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았다. 여자친구가 외출할 때에는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그녀가 화를 내자, 감시 인원을 늘렸다.
“사생활을 감시당하면 화를 내는 게 당연합니다.”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군이 기만 전술에 당할 때에는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는 침착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다만 창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날 때마다 말을 멈춘다.
“여자친구분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집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조금 떨어져 있으라고 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전진 기지를 축소하고 외곽에 진지를 구축했습니다.”
“그건 떨어져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진지의 관측거리는 180미터다. 종전 43미터보다 훨씬 늘어났다. 고배율 망원경을 구입했으므로 관측에는 지장이 없다.
나는 서류를 내려놓는다.
그는 상당한 시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처음 배속된 부대에서는 동료의 행동을 신뢰했다가 야간 기습을 당했다. 이후로는 모든 움직임을 확인했고, 확인되지 않은 의도는 위험으로 분류했다.
그의 방법은 유효했다. 휘하 부대는 여러 차례 공격을 피했고, 부하들은 생존율이 높았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아무도 절차를 지키지 않습니다.”
“어떤 절차를 말씀하십니까?”
“친구가 약속을 취소하면서도 이유를 밝히지 않습니다. 동료는 물건을 빌리면서 사용 목적을 보고하지 않고, 연인은 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남자에게도 웃어줍니다.”
그는 잠시 생각한다.
“가족들은 더 심합니다. 제 어머니는 저와 싸운 다음에도 계속 같은 집에서 잠을 잡니다. 경계심이 전혀 없습니다.”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으십니까?”
“좋습니다. 다만 상호 경계가 느슨합니다.”
그는 지난 명절에 어머니와 말다툼을 했다. 어머니는 방문을 닫았고, 그는 문 앞에서 여덟 시간 동안 투항을 권유했다. 아버지가 식사를 하라고 부르자 휴전을 제안했으나 어머니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수류탄을 던져 방문을 파괴했다.
그는 가족과 독립했다.
“가족은 서로가 불편하더라도 계속 가족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가족과는 다릅니다. 당신과 반드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나를 본다.
“탈영을 묵인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여자친구분에게는 복무 의무가 없습니다.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니까요. 얼마든지 떠날 권리가 있습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누구나 질투를 유발하는 일은 있을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 사람이 적군은 아닙니다. 설령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더라도 집을 포위하거나 이동을 감시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면 적대적 의도를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까?”
“불편한 행동에 대해 물어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답하지 않거나 관계를 끝내겠다고 하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상처받을 수는 있겠지요.”
그는 상처받는다는 말을 메모한다.
“그것도 감수해야 합니까?”
“모든 관계에는 그런 위험이 있습니다.”
그는 한동안 메모를 읽는다. 이따금 손가락으로 책상 모서리를 두드린다.
“이해했습니다.”
나는 그의 수면 상태를 묻는다.
“지난 3주 동안 하루 두 시간 정도 잤습니다.”
“많이 피곤하시겠군요.”
“그렇습니다. 혼자서 모든 위협을 감시하려니 힘들었습니다.”
나는 잠시 휴식을 권한다.
그는 상담료를 지불한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소파를 원래 위치로 돌려놓는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상담실의 모래주머니를 치운다.
두 번째 내담자는 손수레를 끌고 들어온다.
손수레에는 서류 상자가 여섯 개 실려 있다. 그는 책상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안경을 닦는다.
“제 물건을 돌려받고 싶습니다.”
“어떤 물건입니까?”
“여자친구입니다.”
“사람은 소유물이 아닙니다.”
“아, 그렇죠. 저도 압니다. 표현이 부정확했습니다.”
그는 수첩을 꺼내 문장을 수정한다.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정당하게 최고가를 제시했는데도 거래가 성립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직업은 미술품과 부동산, 압류 물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입찰을 진행하는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그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입찰자가 망설이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했고, 작은 경쟁을 큰 금액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
“저는 가격이 오르면 값을 올립니다. 누군가 저보다 높은 값을 제시하면 더 높은 값을 부릅니다. 언제나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지우개를 빌렸다가 필통을 통째로 선물했다. 친구가 고맙다며 과자를 나누어주자 다음 날 자전거를 선물했다. 친구는 더 이상 선물을 받지 않았다. 그는 친구가 가격 경쟁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학에서는 호감을 얻기 위해 기숙사 건물을 매입했다. 직장에선 동료가 점심을 사주면 그 동료의 자동차 할부금을 갚아주었다. 사람들은 점점 그와 식사하기를 꺼렸다.
“돈을 적게 쓸 때는 성의가 없다고 하고, 많이 쓰면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적정 가격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는 장부 하나를 펼친다. 거기에는 최근 한 여성에게 제공한 선물들이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는 꽃다발, 두 번째는 시계, 세 번째는 자동차.
“경향을 보면 상당히 잘되고 있었습니다. 여자분이 꽃다발 사진도 올렸거든요. 제시한 상품에 만족했다는 뜻입니다. 구매 후기와 비슷하지요.”
그는 자신이 보낸 꽃다발 사진을 보여준다. 나는 익숙한 포장지를 본다.
“그런데 곧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다음 자료를 꺼낸다. 군복을 입은 남자의 사진이다. 그 남자는 꽃 배송 차량을 멈춰 세우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운송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여자분의 남자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자분이 말해주었습니다. 자신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저처럼 다정한 사람이 좋다고도 했고요.”
“그래서 선물을 더 보내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상대 입찰자가 무관심하다는 시장 조건은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그는 명랑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처음에는 여자에게 작은 선물을 보냈다. 여자는 감사를 표하면서도 며칠씩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경매사는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입찰가를 높였다.
여자는 다른 남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했는지 종종 이야기했다. 그는 경쟁자들의 허용 한도를 추정했다. 경매사는 자동차를 팔고, 미술품을 처분하고, 사무실 건물로 대출을 받았다. 여자가 선물을 거절할 때마다 그는 가격을 올렸다.
“거절하면 왜 가격을 올리셨습니까?”
“보통 제시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단지 받고 싶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제 일은 끝까지 입찰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여자에게 초대받은 그는 30분 일찍 장소에 도착했다. 복도에는 군복을 입은 낯선 남자가 총을 들고 있었다.
군인은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경매사는 경쟁자의 현장 개입으로 판단하고 정식 입찰을 요청했다. 군인은 문 앞에 엄폐물을 설치했고, 경매사는 현장 입찰을 진행하기 위해 방송 장비를 가져왔다.
그는 당시 현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정전된 아파트와 복도에 쌓인 선물 상자들이 보인다. 군인은 비상등 아래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경매사는 확성기를 들고 입찰을 진행한다.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을 선택하라고 요청한다.
사진 어디에도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행동은 중단하셨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그동안 지불한 금액이 있지 않습니까?”
그는 자료 하나를 꺼낸다. 건물 계약서다.
“그날 저는 최종 제안으로 제 건물을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분은 저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경매사는 불안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선택할까 두려웠고, 나중에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값진 선물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는 잠들기 전마다 주변 사람들의 자산을 조사했다. 행복한 연인을 만나면 그들이 서로에게 얼마를 썼는지 추산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다.
“경매장에서는요, 제가 정확하게 행동하면 결과가 명확합니다. 가격을 부르면 사람들이 반응하고, 망치를 두드리면 소유자가 결정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아무도 원하는 가격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제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 물으면 화를 냅니다.”
나는 잠시 생각한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반드시 무언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선물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감사를 느껴야만하는 의무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입찰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애초에 경매가 아니니까요.”
그는 장부를 덮고 서류를 상자에 넣는다.
상담실을 나서기 전, 그는 감사의 뜻으로 손수레를 선물하겠다고 한다.
나는 거절한다. 그는 당황한다.
세 번째 내담자는 문을 열자마자 내 안색을 확인한다.
“조금 피곤해 보이십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네.”
나는 앉으라고 권한다.
그는 해양 구조원이다. 해상 사고, 홍수, 산악 재난 현장에서 근무했다. 위험한 상황을 발견하면 즉시 접근하고, 상대가 움직이지 못하면 직접 이동시킨다.
그는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다.
“저는 누가 위험하다고 하면 그냥 지나가지 못합니다.”
“그건 직업상 중요한 태도겠군요.”
그의 첫 번째 연인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립 사고를 우려하여 대문을 제거했다. 두 번째 연인은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들것에 고정하고 응급실로 이송했다. 친구가 직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회사에 연락해 친구의 직무 수행을 중지시키고, 동료들과 교대로 감시했다. 친구는 해고되었다.
지난달에는 친구가 식사를 거른다는 이유로 영양 공급 계획을 세웠고, 가족들이 가끔 연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부 확인 체계를 구축했다. 그가 관리하는 사람은 현재 68명이다.
그는 몹시 지쳐 있다.
“쉬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사람들이 모두 안전할 때 입니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자주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며칠 전 한 여자의 연락을 받았다. 너무 괴롭고, 더는 살 수 없겠다는 내용이었다. 여자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가끔 외롭다며 연락했고,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자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제안했지만, 그녀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었다.
그는 즉시 출동했다. 자신의 구조 장비를 모두 챙겨 여자의 아파트로 향했다.
건물 앞에는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고, 복도에서는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남자는 구조원의 진입을 막았다. 자신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으며 여자는 적의 기만 전술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남자는 구조원에게 여자의 구조 권리를 얼마에 양도받았느냐고 물었다.
“저는 즉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그는 구조차량으로 출입구를 확보하고 아파트 외벽을 철거했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 1층의 바닥이 무너졌다.
“경상자가 일곱 명 있었습니다. 모두 제가 직접 구조했습니다.”
“그렇군요. 여자분은요?”
“없었습니다.”
“다치지 않았다는 뜻입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춘다.
“뚫린 벽으로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여자는 크게 화를 냈다. 자신은 그저 힘들다 말했을 뿐이라고 소리쳤다. 구조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판단력이 손상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자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려고 했으나, 여자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경매사는 여자를 향해 최종 입찰 가격을 제시했다. 군인은 도주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연막탄을 터뜨렸다. 구조원은 연기 속에서 여자를 놓쳤다. 여자는 세 사람 모두를 신고했다.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손등에 작은 상처가 여러 개 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셨습니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정확히 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을 최대한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누군가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의 행동을 통제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구조원은 내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사람이 고통받으면 도와야 하지 않습니까?”
“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있다면 도움을 강제로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구명조끼의 버클을 풀고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그럼 오늘은 좀 쉬어도 되겠습니다.”
여자는 작은 가방을 들고 있다. 옷차림은 단정하고, 표정도 평온하다.
“안녕하세요.”
나는 그녀에게 앉으라고 한다.
“어떤 문제로 오셨습니까?”
“남자들 때문에요.”
“말씀해보시겠습니까?”
“다들 처음에는 저한테 잘해줬는데, 나중에는 이상해졌어요.”
그녀는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먼저 제 남자친구 이야기부터 할게요. 군인이에요.”
그녀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너무 신뢰해서 불만이었다고 말한다.
연락을 늦게 해도 의심하지 않았고, 남자들과 함께 있어도 간섭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편안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녀는 다른 남자가 보낸 꽃다발 사진을 올렸다. 남자친구가 누구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화가 있었습니까?”
“없었어요. 그래서 더 해봤죠.”
그녀는 군인이 초조해하기 시작하자 안심했다. 자신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군인은 아파트 앞에 진지를 만들었다.
“저는 단지 조금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신다.
“꽃다발을 선물한 남자는 누구입니까?”
“아, 경매사입니다.”
그녀는 경매사에게 선물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선물을 받아줄 때마다 다정해지는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제가 비싼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는 줄 알더라고요.”
“기쁘지 않으셨습니까?”
“기뻤죠.”
그녀는 밝게 웃는다.
그녀는 경매사에게 군인이 얼마나 무심한지 이야기했고, 경매사가 보낸 선물은 군인에게 보여주었다. 군인은 감시를 강화했고, 경매사는 선물의 가격을 올렸다.
여자는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그런데 나중에는 한 사람이 총을 들고 오고, 한 사람은 집 앞에서 경매를 열더라구요.”
“물론 이런 결과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겠죠?”
그녀는 잠시 생각한다.
“글쎄요. 저한테 더 잘해주잖아요.”
나는 그녀의 대답을 메모한다.
“구조원분과는 어떤 사이입니까?”
“친구예요. 참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언제든 달려오거든요.”
그녀는 일이 복잡해졌을 때 구조원에게 연락했다. 그저 하소연이었다. 그러나 점차 다른 행동을 하게 되었다. 밤늦게 연락을 끊어보기도 하고, 괴로운 말을 남긴 뒤 답하지 않기도 했다. 구조원은 언제나 다시 연락했다.
어느 날 그는 새벽 세 시에 집 앞까지 찾아왔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후에도 비슷한 연락을 하셨습니까?”
“네.”
그녀는 세 사람이 아파트에서 대치하던 날을 떠올린다.
‘나 정말 못 살겠어. 지금 당장 와줘.’
“그분이 오실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늘 왔으니까요.”
“그분이 아파트를 파괴할 줄은 예상하셨습니까?”
“아니요. 그럴 줄은 몰랐어요.”
여자는 한숨을 쉰다.
“저는 남자친구가 저를 신경써주고, 경매사가 선물을 사주고, 구조원이 달려와주는 게 좋았어요. 그런데 정도를 모르더라고요.”
여자는 자신이 세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 분들에게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직접 말씀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요. 말해야만 해주면 의미가 없잖아요.”
나는 메모를 멈춘다.
“직접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당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면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나는 상담을 마친다.
여자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상담실을 나간다.
나는 기록을 정리한다.
군인은 다시 전쟁터로 돌아갔다.
전방 기지는 적의 포격으로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건물의 절반이 무너졌고, 보급품은 부족하다. 동료들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고, 잠을 잘 때도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는다.
군인은 도착하자마자 경계근무를 배정받는다. 밤에는 포탄이 떨어지고, 아침에는 사상자 명단을 확인한다. 적군이 접근하면 경보가 울린다. 정찰병이 정보를 전달하면 군인은 그 정보를 확인하고 병력을 배치한다.
모든 사람이 정해진 절차에 따른다. 누군가 자신을 속이려 한다면 대체로 적군이다. 적군은 애정을 증명하려고 공격하지 않는다. 협상 중에 연락을 끊으면 교전 규칙을 적용한다.
군인은 참호 바닥에 누워 폭격 소리를 듣는다. 곁에서는 동료가 기관총을 손질하고 있다. 무전기에서 적의 이동이 보고된다.
군인은 수면제를 끊는다. 군인은 깊이 잠든다. 그는 편안하다.
경매사는 직장으로 돌아갔다.
그가 맡은 경매는 파산 기업의 자산 처분이다. 입찰장에는 채권자와 구매자들이 모여 있다. 누군가는 수십 년간 운영한 공장의 기계를 헐값에 팔아야 하고, 누군가는 그 기계를 가능한 한 싸게 사려고 한다.
경매사는 물품을 소개한다. 가격이 제시된다. 그가 가격을 올리자 사람들이 반응한다. 한 사람이 손을 들면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가격을 부른다. 누군가는 망설이고, 누군가는 경쟁자를 살핀다.
경매사는 입찰자들의 표정을 관찰한다. 누가 얼마나 원하는지,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 마지막 순간에 가격을 얼마나 더 올릴 수 있는지 정확히 판단한다. 예상대로 가격이 상승한다. 망치가 내려간다.
한 사람은 물건을 얻고, 다른 사람은 빈손으로 돌아간다. 공장 주인은 처분 가격이 너무 낮다며 항의한다. 경매사는 다음 물품의 경매를 준비한다.
그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그가 제시하는 숫자에 반응하고, 그 반응에는 명확한 의미가 있다. 그는 만족스럽게 망치를 들어 올린다.
구조원은 해안으로 복귀했다.
방파제에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친다. 어선이 전복되고, 도로가 침수된다. 사람들은 지붕 위에 올라가 손을 흔든다.
구조원은 보트를 타고 현장에 접근한다.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친다. 그는 즉시 출동한다. 누군가는 물에 빠졌고, 누군가는 다리를 다쳤다. 어린아이가 울고, 노인이 의식을 잃는다. 구조원은 사람들을 한 명씩 보트로 옮긴다.
그가 손을 내밀면 사람들이 붙잡는다. 위험은 명백하고, 정해진 응급 절차가 있다. 구조된 사람들은 거듭 고맙다고 전한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구조 요청이 들린다. 그는 보트를 돌린다. 동료가 교대할 시간이 지났다고 말한다. 구조원은 아직 구조할 사람이 남아 있다고 대답한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하다. 손가락은 추위로 굳어 있고, 구명조끼는 바닷물에 젖어 있다. 그는 더 이상 표정과 침묵의 의미를 추측할 필요가 없다. 숙소에 돌아온 그는 뿌듯함에 웃는다.
세 사람은 안정을 되찾았다. 군인은 전쟁터에서 적을 의심하고, 경매사는 시장에서 사람들을 경쟁시키며, 구조원은 재난 현장에서 타인을 구한다.
그들의 기대에 알맞는 상대가 나타난다. 위협에 대응하면 적이 물러나고, 값을 올리면 경쟁자가 응찰하며, 구명줄을 던지면 물에 빠진 사람이 붙잡는다. 그 행동은 다시 같은 상황을 불러온다. 세 사람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이제는 아무것도 이상하지 않다. 모두가 행복하게 산다.